(펜앤마이크, 2026.10.09) 직지보다 138년 앞선 금속활자일까…'증도가자' 9년 만에 다시 국가 검증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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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성일26-10-12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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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지보다 138년 앞선 금속활자일까…'증도가자' 9년 만에 다시 국가 검증대에
국감서 2년째 쟁점
...국가유산청 "금속활자 철저 조사", 일괄공모 예고
2017년 부결 당시 회의자료엔 "
...책 줄어든 만큼 감안하면 활자 들어간다" 계산도
공모만으론 9년 전 판단 못 풀어
…기존 조사 승계·평가 기준 공개가 관건

고려 금속활자로 추정되는 '증도가자(證道歌字)'의 진위 문제가 지난 8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다시 다뤄졌다.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17년 보물 지정 부결 과정의 문제를 따지자, 허민 국가유산청장은 증도가자를 비롯한 고려 금속활자를 철저히 조사하겠다고 답했다. 지난해 국감에 이어 2년 연속이다.
증도가자가 진짜로 확인되면 현존 최고(最古) 금속활자본으로 공인된 『직지심체요절(直指心體要節)』(1377년)보다 138년 이상 앞선 활자 실물이 된다. 『직지』는 책만 남았고, 그 책을 찍은 활자는 전하지 않는다.
논란이 되살아난 계기는 지난해 감사원이다. 감사원은 소장자 측 제보를 받고 2017년 심사 자료를 다시 검토하라며 사건을 국가유산청에 넘겼다. 국가유산청은 지난 8월 13일 국가유산위원회 회의에서 국내의 증도가자 계열 활자를 한꺼번에 모아 조사하는 '일괄공모' 계획을 논의하고 9월 중 공고하겠다고 밝혔다. 공고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재조사의 출발점은 9년 전 판단이다. 2017년 위원회 회의자료(공개본)를 살펴보니, 부결의 결정적 근거였던 실험을 두고 결론과 다른 계산이 자료 안에 이미 들어 있었다.

책은 남았고, 금속활자본은 사라졌다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 줄여서 『증도가(證道歌)』는 당나라 승려 현각이 깨달음을 노래한 글에 송나라 승려 남명이 구절마다 해설을 붙인 불교 책이다. 지금은 1239년에 새긴 목판으로 찍은 책(보물)만 남아 있다. 책 끝에 고려 무신정권의 1인자 최이(崔怡)가 쓴 글에는, 금속활자로 찍은 책이 전해지지 않아 목판에 다시 새겼다는 내용이 있다.
증도가자는 그 사라진 금속활자본을 찍은 활자라고 주장되는 유물이다. 2010년 서지학자 남권희 당시 경북대 교수가 처음 공개했고, 소장자 측이 이듬해 지정을 신청한 101점 가운데 59점이 여기에 해당한다. 뒷면 모양에 따라 홈형과 그보다 조금 큰 홈날개형으로 나뉜다.
공개 직후부터 진위 논쟁이 이어졌다. 2015년에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청주고인쇄박물관이 소장한 같은 계열 활자 7점에 대해 위조 가능성이 높다고 발표해 파장이 일었다. 소장자 측 101점과는 별개의 활자이고, 남 교수 연구팀은 분석 방법이 잘못됐다고 반박했다.

활자가 넘쳤나, 책이 줄었나
2017년 부결의 결정적 근거는 조판 실험이었다. 신청 활자를 복제해 한 줄에 늘어놓고, 남아 있는 『증도가』의 한 줄 길이와 맞춰 보는 실험이다. 평균 크기 활자 15자를 이으면 책 한 줄보다 0.45㎝, 약 2.5% 길었다.
금속 활자는 크기가 변하지 않는다. 변할 수 있는 것은 비교 기준인 책 쪽이다. 남은 『증도가』는 금속활자로 찍은 원본을 보고 나무판에 다시 새겨 찍은 복제본이고, 나무판은 습도와 세월에 따라 줄어들 수 있다. 복제본의 한 줄이 원본보다 짧아졌다면, 활자를 복제본에 맞춘 실험은 활자가 넘친다는 쪽으로 기울게 된다. 남은 책은 목판을 새기고 한두 세기가 지나 다시 찍은 것으로 보는 연구도 있다. 그렇다면 나무판이 줄어들 시간은 더 길었다.
이 문제는 새로 나온 쟁점이 아니다. 남권희 교수는 2013년 학술회의에서 나무판이 줄었을 가능성을 감안하면 활자가 책과 맞는다고 발표했다. 2016년 말 조사 결과가 공개된 뒤 의견 수렴 과정에서도 같은 문제가 제기됐다. 조사단은 추가 계산을 했고, 그 결과가 2017년 회의자료 맨 뒤 부록 '조판 추가조사'에 실렸다.
방법은 이렇다. 금속활자 원본과 목판 복제본이 함께 남아 있는 『석보상절(釋譜詳節)』을 재 보니 복제본이 원본보다 세로가 평균 5% 작았다. 『증도가』도 그만큼 줄었다고 보고 원래 크기를 되살린 뒤 활자를 다시 맞춰 봤다.
결과는 활자 종류에 따라 갈렸다. 크기가 작은 홈형 활자는 한 줄 15자가 대체로 들어갔다. 크기가 큰 홈날개형 활자는 대부분 들어가지 않았다. 조사단은 글자 사이 간격까지는 따지지 않은 어림 계산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위원들이 먼저 보는 요약엔 없었다
회의자료는 앞쪽의 안건 요약, 가운데 조사보고서 본문, 맨 뒤 부록으로 짜여 있다. 위원들이 회의에서 먼저 보는 것은 조사단 검토 의견과 결론을 담은 안건 요약이다. 이 추가 계산은 맨 뒤 부록에만 있다. 안건 요약의 조판 항목에는 처음 실험 결과만 실렸다. 평균 크기 활자로는 한 줄 15자가 들어가지 않고, 두 종류를 섞어 실제 글자 순서대로 짜 보니 한 줄에 14자만 들어갔다는 내용이다.
조사단이 추가 계산을 결론에 반영하지 않은 이유는 보고서 본문에 나온다. 조사단은 『증도가』의 금속활자본이 남아 있지 않은 이상 남은 복제본을 원본과 거의 같은 크기로 보는 것이 실험의 전제가 될 수밖에 없고, 복제본이 줄었다는 증거도 없다고 봤다. 『석보상절』의 비율이 『증도가』에 그대로 맞는다는 보장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국가유산청은 감사원에 보낸 회신에서 관련 수치가 보고서에 실려 있었다고 밝혔다. 위원들이 받은 자료에 계산이 들어 있었던 것은 맞다. 그 계산이 회의에서 어떻게 다뤄졌는지는 회의록으로 가려야 할 대목이다.
조사단은 '유보', 위원회는 '부결'
2017년 판단에는 두 조직이 관여했다. 문화재청은 2015년 과학분석·서체비교·제작기법 3개 분야 전문가 12명으로 '고려금속활자 지정조사단'을 꾸렸다. 2014년 기초학술조사를 맡은 경북대 연구팀과는 다른 조직이다. 경북대 연구팀은 조사한 활자 109점을 모두 고려시대에 주조된 활자로 봤다.
지정조사단의 종합 의견은 '유보'였다. 조판 결과에 회의적이던 조사단이 '아니다'가 아니라 '유보'를 택한 것은 조판 하나로 판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과학분석에서는 성분과 내부 구조에 이상한 점이 없었다. 활자에 묻은 먹은 11세기 초~13세기 초 것으로 나왔다. 서체는 『증도가』와 닮았지만 완전히 같다고 단정하기 어려웠고, 조판도 평균 크기 활자로는 맞지 않았지만 작은 활자가 섞이면 들어갔다. 진품이라고도, 아니라고도 결론 내릴 증거가 모자랐다는 것이다. 조사단은 활자를 만들고 쓰고 전해 온 과정에 대한 이해가 아직 미흡하다며, 검증 방법이 발전할 때까지 판단을 미루자고 했다.
심의를 맡은 문화재위원회 동산문화재분과위원회는 부결을 의결했다. 의결 내용은 세 항목이다. 서체·주조·조판 조사 결과 『증도가』를 찍은 활자로 보기 어렵다. 과학 분석으로는 고려시대 금속활자일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출처와 소장 경위가 분명하지 않고, 함께 전해졌다는 청동 대야와 솥(수반·초두)과 비교할 수 없어 고려 금속활자로 판단하기도 어렵다.

의결문을 뜯어보면 두 물음이 겹쳐 있다. 조판 실험은 '이 활자로 『증도가』를 찍었는가'를 가늠하는 잣대였다. 소장 경위는 그보다 앞선 물음, '이 활자가 과연 고려의 것인가'에 걸려 있었다. 의결문은 이 대목에서 "출처와 소장경위가 불분명하고 금속활자와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청동 수반, 초두와의 비교조사가 불가능하여 고려금속활자로 판단하기도 어려움"이라고 적었다.
소장자 측이 밝힌 내력은 이렇다. 활자는 일제강점기에 일본으로 흘러갔다가 1990년대 중반 국내로 들어왔고, 여러 수집가를 거쳐 지금의 소장자에게 왔다. 문화재청이 서신으로 확인한 일본 쪽 판매자는 1995년 교토의 골동품 시장에서 청동 대야에 담긴 활자 200여 개를 청동 주전자 등과 함께 사서 한국 구매자에게 넘겼다고 답했다. 수반·초두를 함께 조사해야 한다는 요구는 이 진술에서 나왔다. 그보다 앞서 활자가 어디서 나와 어떻게 일본으로 건너갔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른 경로를 전하는 기록도 있다. 회의자료에 실린 한 의견서는 2011년 국립문화재연구소 자문회의 보고서에 "개성 만월대에서 중국을 거쳐 유입된 것으로 전함"이라는 내용이 있다고 지적했다.
허 청장이 이번 국감에서 부결 때 소장 경위가 무엇보다 크게 고려됐다고 설명한 것은 두 물음 가운데 뒤쪽에 무게를 실은 답으로 읽힌다. 감사원은 이 기준에 의문을 달았다. 땅에서 발굴한 유물이 아니라 대대로 전해 온 유물이라면 처음 나온 장소와 시기를 모르는 것이 오히려 일반적이라는 것이다.
보류와 부결의 차이는 크다. 보류는 안건을 살려 두고 조사를 이어가는 것이고, 부결은 안건을 끝내는 것이다. 소장자 측이 공개한 당시 회의록 일부에는 사무국이 "부결을 시키게 되면 (…) 다른 증거를 찾고 (…) 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지 못하고, 보류를 하면 (…) 할 수 있는 것이 생기거든요"라고 설명한 대목이 있다. 위원회는 그 설명을 듣고 부결을 택했다.


감사원 "다시 검토하라"
소장자 측은 지난해 8월 감사원에 제보했다. 감사원은 9월 24일 사건을 국가유산청으로 넘기며 세 가지를 요청했다. 복제본이 줄었는지와 통계 분석 방법을 보완해 검토할 것, 부결 결과를 6년 넘게 지나 알린 것이 규정에 맞는지 확인할 것, 재심의가 필요한지 검토할 것이다. 발굴품이 아니라 대대로 전해 온 유물이라는 특성도 고려하라고 했다. 조사 결과는 제보자와 감사원에 회신하도록 했다.
감사원이 진위나 위법 여부를 판정한 것은 아니다. 국가유산청은 감사원 쪽 통계 분석의 표본이 전체 활자를 대표하지 못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장자 측은 지난해 10월 낸 자료에서 조사 결과와 증거 서류를 아직 회신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일괄공모, 공고는 아직
일괄공모 계획을 논의한 곳은 국가유산위원회 동산문화유산분과위원회다. 책·그림·공예품처럼 옮길 수 있는 유물의 지정을 심의하는 분과다. 9월 중 내겠다던 공고는 10월 초까지 나오지 않았다. 허 청장은 국감에서 국내에 증도가자가 몇 점 있는지 몰라 공모하는 것이며, 고려와 조선 활자가 섞여 있을 수 있어 폭넓게 조사하겠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 고려 금속활자가 최고의 오래된 것임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임 의원은 기존 조사와 감사원 자료가 있는데 왜 공모를 하느냐고 물었다. 임 의원 측은 공모로 결론이 2027년까지 미뤄지는 것은 책임 있는 행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김종춘 다보성갤러리 회장 측은 기한 없는 공모가 결론만 늦춘다는 입장이다. 국가유산청은 기간과 참여 위원이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모만으로 풀릴까
일괄공모는 더 많은 활자를 한자리에 놓고 비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표본이 부족하다는 국가유산청의 지적에도 답할 수 있다. 그러나 공모만으로는 풀리지 않는 문제가 셋 있다.
첫째, 9년 전 판단의 문제는 그대로 남는다. 부록의 추가 계산은 위원들이 받은 자료에 들어 있었고, 위원들은 이를 볼 수 있었다. 다만 처음 실험과 다른 결과가 나왔는데도 이를 어떻게 따졌는지는 안건 요약에도 의결문에도 적혀 있지 않다. 위원회가 그 계산을 어떻게 판단했는지, 조사단의 '유보'가 왜 '부결'이 됐는지는 새 활자를 모은다고 답이 나오지 않는다. 당시 회의록과 판단 근거를 공개하는 일이 먼저다. 둘째, 출처 기준이다. 민간에서 새로 나올 활자도 대부분 출처를 밝히기 어려운 전래품이다. 2017년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면 어느 활자도 통과하기 어렵다. 셋째, 시한이 없다. 공고도 일정도 없는 공모는 결론을 늦출 뿐이라는 소장자 측 우려가 여기서 나온다.
공모 설계, 다섯 가지가 관건
공모가 신뢰를 얻으려면 설계 단계에서 몇 가지를 분명히 해야 한다.
먼저 두 갈래로 나눠 진행하는 방안이다. 2017년 심의 자료를 다시 검토하는 일과 새 활자를 모으는 일을 분리하고, 101점은 감사원이 요청한 사항의 처리 결과부터 공개하는 것이다. 다음은 기존 조사의 승계다. 2015~2017년 지정조사에서 쌓은 CT 촬영, 성분 분석, 3차원 스캔 자료를 새 조사에서 이어 쓰면 같은 조사를 되풀이하지 않아도 된다.
판단 기준도 공고 단계에서 미리 밝혀야 한다. 복제본이 줄어든 점을 조판 판단에 어떻게 반영할지, 통계는 어떤 방법을 쓸지, 대대로 전해 온 유물의 출처를 어디까지 따질지다. 기준을 결과가 나온 뒤에 정하면 9년 전과 같은 논란이 되풀이된다.
검증은 교차와 공개를 원칙으로 할 만하다. 같은 시료를 여러 기관이 따로 분석하고, 2016년처럼 중간 결과를 공개해 의견을 받는 방식이다. 국립중앙박물관과 청주고인쇄박물관 소장 활자, 2015년 남북 공동발굴 때 개성 만월대에서 나온 고려 활자도 비교 대상으로 검토할 수 있다. 끝으로 심사의 공정성과 일정이다. 과거 심사에 관여한 위원은 제척·회피 규정에 따라 정리하고, 접수 마감과 조사 기간, 심의 목표 시점을 공고문에 적어야 한다.
국가유산청은 아직 공고 일정을 밝히지 않았다.
이경택 문화전문기자 sportsmunhwa@naver.com